교회는 화초가 많은 곳입니다. 행사 때 화초는 가장 흔한 선물이며, 절기와 계절에 맞는 화초는 우리 마음과 영혼까지 맑게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도 많은 화초가 화분에 담겨 들어왔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게 빈자리를 풍성하게 채워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화초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식물의 이름도 잘 모르고 키우는 방법도 모릅니다. 저에게 식물과 화초는 그저 거기에 있는 존재였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몇몇 숨은 손길들이 정성껏 교회의 화초들을 돌봐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화초는 그분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지면을 빌어서 저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화초는 아이처럼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듯이 매일 살피고 물 주고 보살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화초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저는 결국 화초를 잘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화초는 조금씩 죽거나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려지고 빈 화분만 남게 되었습니다. 관리할 화분이 없어지니 처음에는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편해지는 듯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교회 곳곳에 빈 공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화초들이 채우고 있던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났습니다.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죄책감’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가장 가까운 단어인 듯합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요 15:1]”

하나님은 농부시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식물을 위해 물을 주시고 햇볕을 주시고 가지치기도 하시는 농부 하나님이 저의 눈과 귀에 들어오셨습니다. 우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아시고, 필요한 것과 해로운 것을 다 아시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한 시간을 아시고 우리를 보살피시는 농부 하나님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화원에 직접 가서 화초 몇 개를 샀습니다. 저에게 주신 생명은 풀 한포기라도 살리고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초가 매일 목마르지는 않은지 살핍니다. 햇볕은 충분한지 부족하지는 않는지 살핍니다. 화초에 물 주는 재미를 조금 알게 됩니다. 새순이 자라는 것이 보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볼 수 없으니, 하나님은 식물로 농부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십니다.

물을 너무 잘 주다보니, 화초가 너무 잘 자라 지저분해 졌습니다. 잘 모르는 저에게도 이제 가지치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가지치기를 공부해서 더 보기 좋고 건강하게 화초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만물의 농부이시고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칭찬을 받고 싶습니다. 화초를 키울 때 가지치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음 가지를 자를 때, 그 부위와 정도를 몰라서 두렵고 걱정스런 마음이 큽니다. 그래도 화초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가위를 들어야 합니다.

코로나는 세상의 농부이신 하나님의 가지치기인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와 세상을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답기 위해 하나님은 아픈 마음을 품고 가지치기를 하고 계시니 너무 두려워 말고 염려하지 맙시다. 내일 교회에 오실 때 우리 교회 새 식구인 화초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 새숨교회 이영록 목사 드림 –

P.S.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화초들은 1층 교육관 처마 밑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