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6남매의 막둥이로 나를 낳으셨다. 아버지의 나이 마흔일곱에 나는 늦둥이로 태어났다. 얼마 전 아버지의 추도일 이었다. 전염병이 돌아 가족이 모이지 못하였다. 아버지의 육성 파일을 형제들에게 보내주고 각처에서 추도하기로 하였다. 볼 수 없는 아버지의 음성으로 만감이 교차하였다.

나도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버지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왜 말없이 나를 쓰담쓰담하셨는지… 왜 그리 나를 바라보고 계셨는지… 왜 쉬는 날에도 쉬지 않고 항상 어딘가를 가셨는지…

아버지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린것들이 한 상에 모여 앉아 깔깔거리며 맛나게 먹을 때였다.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아버지를 조금 알 것 같다. 아버지는 그리 큰 것이 아니어도 행복하셨다.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되니 하늘 아버지의 마음도 조금 더 알게 된다. “어린것들이 서로의 발을 씻어 주는 모습… 어린것들이 한 상에 모여 앉아 깔깔거리며 맛나게 먹는 모습…” 하늘 아버지도 그리 큰 것이 아니어도 행복하신다.

가정의 달 우리 하늘과 땅의 아버지들에게 행복을 드리는 새숨가족이 됩시다. 아래 ‘아버지의 나이(정호승)’라는 시 한 편 소개합니다.

– 이영록 목사 –

 

아버지의 나이(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대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